투어멘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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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서유럽·돌로미티 관리자 2026.0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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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지붕에서 심장까지…다시 찬란한 꿈을 꾸다
![]() 돌로미티를 대표하는 상징적 봉우리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가 석양빛에 물들고, 그 장엄한 실루엣이 고요한 호수 위에 선명하게 반영되고 있다.
▶ 영원의 도시 로마·피렌체
여행팁 |
스위스 그린델발트에 도착하면 공기부터 다르다. 맑고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새롭게 단장한 터미널에서 최첨단 곤돌라 ‘아이거 익스프레스’에 몸을 싣는 순간, 유리창 너머로 아이거 북벽이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다가온다. 불과 15분 만에 아이거글레처에 닿고, 이어 산악열차는 해발11,332피트 융프라우요흐로 우리를 이끈다.
‘Top of Europe.’
괜한 이름이 아니다.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세 봉우리가 삼총사처럼 장엄하게 서 있고, 스핑크스 전망대에 오르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알레치 빙하가 끝없이 펼쳐진다. 약 14마일에 이르는 거대한 빙하는 수천 년 세월을 품은 채 푸른빛을 머금고 흐른다. 그 설원의 한가운데서 얼음궁전의 터널을 천천히 걸으면, 발아래에서도 시간이 숨 쉬는 듯한 고요한 경외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해발 11,000피트가 넘는 우체국에서 엽서를 부치는 순간, 우리는 세상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에 서 있음을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파리에 들어서는 순간,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처럼 다가온다.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콩코드 광장을 건너 베르사이유 궁전의 거울의 방에 서면, 태양왕 루이 14세의 야망과 마리 앙투아네트의 숨결이 한 공간에 겹쳐진다. 금빛 장식과 끝없이 펼쳐진 정원은 권력과 미학이 결합해 이룬 인간 문명의 절정을 웅변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서면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이 기다린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모나리자의 눈빛은 고요하고 당당하다. 니케 상과 밀로의 비너스, 고대 이집트의 유물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남긴 창조의 정수가 한 자리에 응축돼 있다. 한 작품, 한 조각 앞에 설 때마다 시간은 잠시 멈추고, 여행자는 그 긴 역사와 나란히 호흡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밤이 되면 세느강 유람선에 올라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한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에펠탑이 강물 위에 길게 번지고, 물결에 흔들리는 불빛은 파리를 한층 더 깊은 낭만으로 물들인다. 그 빛은 단순한 야경이 아니라, 세월이 지나도 가슴 깊이 남는 하나의 기억이 된다.
▶ 예술과 자연의 나라,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색채가 짙다. 밀라노 두오모의 고딕 첨탑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고, 라 스칼라 극장은 오페라의 우아한 숨결을 품고 있다.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기억하며 고요히 서 있다.
전세배를 타고 들어선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비잔틴 양식의 성당과 두칼레 궁전, 탄식의 다리, 운하를 가르는 곤돌라…. 물 위의 도시는 환상처럼 다가온다. 갈릴레오가 하늘을 바라보던 종탑 아래에서 베니스의 시간은 여전히 고요히 흐르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돌로미티. 이탈리아 북동부를 가로지르는 이 산맥은 ‘알프스의 진주’라 불린다. 돌로마이트 암석이 빚어낸 순백의 봉우리들은 날카롭고도 우아하다. 해발 약 1만 피트급 봉우리 18개가 하늘을 찌르고, 41개의 빙하가 산맥을 수놓는다. 미주리나 호수에 비친 산 그림자는 그 자체로 한 폭의 명화다.
30분 남짓의 가벼운 트레킹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곳에서는 자연이 예술가다. 인간은 다만 감탄하는 존재일 뿐이다. 스위스 알프스가 웅장한 장엄함이라면, 돌로미티는 섬세한 조각미로 다가온다. 두 산맥은 서로 다른 얼굴로 같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당신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